“초보 주식 투자자는 흐린 날에 투자하는 것을 권합니다. 오늘 사려고 한 주식을 좀 더 지켜보고 다음 날 오전에 사는 것도 좋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만 이해하면 안 돼요. 투자로 큰 쾌락을 느끼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계하는 격언이기도 하니까요.”

김경일(51)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알기 쉬운 심리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고려대 심리학과와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 아래서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 해결, 창의성을 연구했다.

케이블 방송 tvN의 ‘어쩌다 어른’ 등에 출연했고 <지혜의 심리학>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적정한 삶> 등 저서를 출간했다. 게임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불안과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등을 주로 강연에서 소개했지만, 그의 주 전공 분야는 ‘금융 의사 결정 심리학(psychology of financial decision making)’이다. 사람들이 돈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게임문화재단에서 김 교수를 만나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 봤다. 그는 날씨처럼 사소하게 지나쳐 갈 수 있는 요인도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초보 투자자일수록 흥분 상태에서 투자하는 행동을 최대한 배제하라고 권했다.

또 주식 투자에서 실패를 경험했다면 그 실패의 경험을 자질구레한 사항까지도 모두 기록해 두라고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실패의 로그화(Logging)’라고 했다. 만약 예상치 못하게 큰 이익을 봤을 경우에도 왜 이런 높은 수익률이 나왔는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18일 서울 방배동 게임문화재단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게임문화재단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했다. 동학 개미 운동이라고도 한다.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경계할 심리 상태가 있다면.

“가슴이 떨리는 것, 흥분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흥분 상태에서 결정한다면 안 좋은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주식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 ‘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다’ 등등의 생각을 하면 흥분을 하게 되는데 이런 모든 종류의 흥분을 경계해야 한다. 어떤 종류든 흥분성 감정을 느끼는 상태라는 것은 내가 좋은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들어온 정보에 휘둘리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 투자를 오랫동안 해본 투자자들은 다른가.

“조금 다르다. 경험이 많고 현명한 투자자는 투자를 결정할 때 흥분하지 않는다. 대신 투자를 결정한 이후 이 투자와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 가슴이 떨리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 본인의 판단(투자)이 제대로 된 판단이라는 직관을 느끼면서 나오는 감정이다. 촉이라고도 하고 육감이라고도 한다. 이런 종류의 사후적 흥분과 초보 투자자가 결정도 내리기 전에 흥분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흥분이라는 감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사람이 굉장히 신기하다. 자전거를 타면 심박 수가 막 올라가 육체적으로 흥분된 상태가 된다. 그런 상태의 사람에게 평균보다 약간 매력적인 이성(異性)의 얼굴을 보여주면 아주 매력적으로 보인다. 심박 수가 올라간 것은 자전거를 탔기 때문인데 인간의 뇌가 이성의 얼굴을 봤기 때문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본인들이 보기에 매력적인 종목을 고르고 사는 행위다. 그런데 초보 투자자가 (다른 사람들의 투자 권유 등) 다른 이유로 흥분한 상태라면 자전거를 타서 심박 수가 올라간 사람이 잘못 판단한 것처럼 이 주식의 진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된다. 잘못된 판단과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런 흥분 상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떨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지금 삼성전자(005930)가 7만 전자(7만원대 주가)니 빨리 매수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계속 들으면 초보 투자자들은 흥분을 느낀다. 이럴 때 바로 매수하지 말고 그날 매수하려는 종목의 주가를 시장이 끝날 때까지 다 지켜보며 생각해봐라. 그리고 나서 다음 날 일어나서 그래도 매수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면 오전에 매수하면 된다. 시차를 두란 얘기다.

우스갯소리로 초보자일수록 흐린 날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맑고 쾌청한 날씨 등) 외부 상태 때문에 흥분이 덜 된 상태에서 투자 대상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초보에서 벗어난 투자자들은 어떤가.

“그런 분들은 장 마감 직전인 3시 전후에 투자하는 게 좋다. 주식시장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은 폐장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그날 하루의 패턴이 보인다. 그날의 시장 데이터가 쌓이면서 직관이 발휘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 마감 전에 투자를 결정하는 게 좋다. 초보자들이 본인이 점찍어놓은 주식의 주가 등락을 보면서 초조해지고 흥분하는 것과는 다르다.”

주식투자도 중독되기도 한다. 왜 그런 중독이 일어나는 것일까.

“투자가 도박처럼 강력한 쾌감을 느끼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뇌를 촬영해보면 도박을 할 때는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쾌감을 느끼는 영역은 강하게 활성화된다. 강력한 쾌감을 느낀다.

투자도 한 두 종목의 주식에 거액을 몰아넣어서 큰 이익을 얻는 경험을 몇 차례 누적하면 이런 종류의 쾌감을 느낀다. 이때부터 중독이 시작된다. 투자를 중독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강한 쾌감을 줄여서 잔재미 정도로 만들어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 종목에 큰 금액을 걸어서 많은 돈을 따려는 식의 투자보다는 여러 종목에 소액을 분산 투자해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의미는 리스크(위험) 관리의 차원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런 효과도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18일 서울 방배동 게임문화재단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게임문화재단

투자에 실패한 경우 대응하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실패 포트폴리오를 짜고 기록했으면 한다.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얻는 게 많지만 안 배운다.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이유는 실패를 되돌아보기 싫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기록해야 하나.

“내가 오늘 어떤 주식을 샀는데 30% 손해를 보고 손절매를 했다는 식으로 결과만을 기록하라는 게 아니다. 실패를 로그(Log)화 하라고 말하고 싶다. 로그는 굉장히 자질구레한 정보, 굉장히 건조한 정보다.

고속열차 탑승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KTX를 탔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다시는 안 타’라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KTX는 SRT보다 등받이 각도가 5도(°) 이상 덜 젖혀짐’ ‘SRT 하행선 홀수 좌석은 옷 걸기가 불편함’ ‘4호차 바로 옆에 화장실이 없음’ 이런 식으로 기록하는 게 로그화다.

실패한 투자에 대해서도 감정을 배제하고 왜 실패했는지를 정말 자질구레할 정도로 쪼개서 기록하고 이를 분석해보는 게 다음 투자에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익을 본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기록해야 하나.

“만약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 더 많은 이익을 봤다면 그것도 투자 실패로 보고 기록해야 한다. 예상이 틀렸기 때문이다. 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주가가 올랐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면 학습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평범한 사람들은 예상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이유를 알려고 한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익률이 높으면 아무런 분석도 않고 그냥 좋아만 한다. 성공의 경험에서 전혀 학습이 안 되는 것이다. 반면 정말 뛰어난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더 좋은 수익률에 대해서도 철저히 분석한다. 그들은 실패를 기록하고 성공적인 투자도 기록하기에 학습량이 현격히 늘어난다.”

투자자를 현혹하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조언을 해준다면.

“사람들이 가치를 잘 모를 때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2가지가 있다. ‘희소성’과 ‘거리성’이다. 희소성은 아주 찾아보기 어려운 정보라는 의미고, 거리성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정보가 아니고 아주 먼 곳에서 온 정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유료 리딩방은 희소성과 거리성을 잘 포장한다. 유료이기 때문에 당신만 알려준다고 말한다. 주변인에게서 들은 정보가 아니고 누구누구를 통해 해당 기업을 정말 잘 아는 누군가에게,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들은 정보라며 거리성을 포장한다. 여기에 넘어가는 것이다.

구글링만 제대로 해보면 그 사람들이 말한 정보를 준 사람의 직책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희소성과 거리성을 포장해 접근하는 리딩방 정보는 정말 의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