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가을철부터 ‘백신 시즌’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부터 18~49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데다, 9월부터 독감 유행을 앞두고 독감 백신 접종도 본격화 될 예정이다. 하지만 두 백신을 동시 접종해도 안전한 것인지, 접종할 경우 간격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의 경우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모두 맞아야 하며,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8일 의료계 전문가들 의견을 취합하면 올해 겨울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대유행을 일으키는 ‘트윈데믹(twindemic)’이 발생할 수 있어 고위험군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독감 백신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이 유사한 시기에 접종되는 만큼 독감 백신 집중 접종 기간인 10~11월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10월 말 모든 독감 백신의 출하승인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올해 첫 독감 백신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약 2800만명분의 독감 백신을 국가출하승인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6월 발표보다 300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어린이, 임산부, 어르신 등 국가예방접종에 따른 무료접종 대상자는 약 1460만명이며 목표 접종률을 고려할 때 대상자 중 1192만명 정도가 접종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할까.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감염병 백신의 동시 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다른 예방 접종과 전·후 14일의 간격을 두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부주의로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백신과 동시 또는 14일 이내에 접종된 경우 추가 접종도 권고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에도 최근 14일 이내에 다른 백신의 접종 여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이는 다른 예방백신과 동시에 접종 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이런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일부 국가에서도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등 다른 백신과 동시 접종이 가능하도록 권고를 수정한 안이 나오고 있다. 통상 대부분의 백신은 동시에 주사를 맞더라도 예방효과가 감소하거나 이상반응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 접종이란 같은 날에 2개 이상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같은 다른 백신 접종 사이의 간격을 최소 14일을 유지하라는 애초의 방침을 변경해 동시 접종도 허용하도록 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원래는 2주 간격을 두고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지만 최근 전문가 협의를 거쳐 수정안이 나왔다”면서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 접종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의료계 전문가들의 협의를 거쳐, 정부에도 이런 안이 전달될 예정이다.

고위험군의 경우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두 가지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만으로는 코로나19와 독감 구분이 어렵다. 독감은 심한 발열, 근육통, 두통과 마른기침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 간격을 둘 때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고위험군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 모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둘 중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