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이달고(62) 프랑스 파리 시장이 12일(현지 시각)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스페인 이주민 출신이자 프랑스 전통 좌파 정당인 사회당(PS) 소속의 이달고는 2014년 첫 여성 파리 시장으로 당선돼 7년째 재임 중이다. 정치권에선 극우 정당 국민전선(NS)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53)과 함께 최초의 여성 대통령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PS) 소속 안 이달고 파리 시장. /EPA 연합뉴스

이달고 시장의 핵심 정책은 ‘저탄소 경제로 전환’이다. 그는 이날 사회당 집권 지역인 북서부 노르망디 루앙의 조선소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저탄소·친환경 경제 촉진과 교육·주거·보건 예산 확충을 공약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세를 펼쳤다. 최근에는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를 줄이겠다며 파리 시내 자동차 주행 제한 속도를 시속 30km로 대폭 낮추기도 했다. 이에 대한 여론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그는 “프랑스의 모든 어린이들이 (스페인 이주민인) 내가 누렸던 기회를 똑같이 얻기를 바란다”며 스페인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아버지와 재봉 일을 하던 어머니와 함께 1950년대 프랑스 리옹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유권자의 선택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으며 이런 자들의 오만과 거들먹거림이 너무나 많은 분노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4월 10일 예정된 프랑스 대선은 중도 성향의 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LREM) 소속 마크롱 대통령과 이른바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후보 마린 르펜 간 2강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마크롱과 르펜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24% 수준의 지지율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NS) 대표인 마린 르펜. /AP 연합뉴스

반면 이달고 시장의 지지율은 9%에 그쳤다. 이는 중도우파 진영의 자비에 바르트랑(56) 오드프랑스 광역주 의회 의장과 좌파 성향의 장 뤽 멜랑숑(70)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특히 사회당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냈지만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AFP는 이달고 시장에겐 일단 전국적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3수생’ 르펜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도 수준이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에 출마해 두 차례나 패배한 만큼 ‘새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기에는 유권자의 피로감이 크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 내 경쟁자인 TV비평가 에릭 젬무어에 비해 공약와 토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르펜은 “탈레반화 된 프랑스를 청소하겠다”며 극우 색채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 마크롱이 시행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 제도 ‘헬스 패스’에 대해서도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비난했다.

AFP는 프랑스 최초 여성 대통령을 목표로 이달고가 르펜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지만, 분열된 좌파 세력을 재결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일단 사회당 대표인 올리비에 포르가 이달고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당내 경선은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좌파 진영으로 분류되는 유럽생태녹색당(EELV)의 쥘리앵 바유(41)와 LFI의 멜랑숑이 제각각 대선 출마를 선언해 지지층 분열이 불가피하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