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7월보다 57%나 줄었지만, 간혹 거래되는 매물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경우가 많다.

8월 전국적으로 주택 매매거래가 크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한 달 사이 57%가 감소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도 있지만, 7월 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낀 매물’의 거래가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8만5272건으로 7월(14만1419건)보다 39.7% 감소했다. 수도권(4만3107건)은 한 달 전보다 43.1% 줄었고, 특히 서울(1만4459건)은 45.8%나 줄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880건으로 7월(1만6002건)보다 57%나 감소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 가뭄’은 9월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20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계약일 기준)는 620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전세 낀 집에 대한 매매가 크게 감소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살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새로운 집주인은 실거주를 하지 못하고,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세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를 못하게 하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갭투자자 외에는 집을 사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거래 가뭄에도 아파트값은 ‘고공 행진’

매매 거래량이 절대적으로 줄었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거래 가뭄 속 서울 에서 간간이 성사되는 매매는 신고가(新高價)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는 지난달 15일 15억9000만원(13층),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59㎡가 지난달 17일 15억원(23층)에 팔리는 등 비(非)강남권에서도 20평대 아파트가 15억원이 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라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전셋값이 오르면서 주택 매매가격을 함께 밀어 올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8월 전·월세 거래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전국 17만5355건으로 7월 전달(18만3266건) 대비 4.3% 감소했다. 서울은 5만4498건으로 7월보다 4.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