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8일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스타모빌리티 김봉현 전 대표에 대한 직접 감찰조사를 실시했다”며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한 향응 및 금품수수 비위’,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로비’ 등의 의혹에 대해 김봉현 대표가 ‘여권인사 비위’ 의혹과 함께 검찰에 진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최근 진술을 뒤엎고 있는 김 전 회장의 일방 폭로가 나온 지 3일만에 ‘관련 내용이 확인됐다’며 감찰 상황을 밝힌 것을 두고 “내일(19일) 있을 국감장에서 여권 로비 의혹이 번지고 있는 라임 사건의 방향을 뒤집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검찰 안팎서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점심시간 무렵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연루, 검사 접대 수사는 안 이뤄져" 윤석열 총장 겨누는 법무부

앞서 여권 인사를 상대로 라임자산운용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임의 전주(錢主)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일부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 명에게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법무부가 김 전 회장을 조사를 통해 또 다시 들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이 밝힌 내용과 검찰 수사 내용을 함께 확인했는 지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또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음에도,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회장 편지에 거론된 ‘윤석열 사단’ 검사들 및 윤 총장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법무부는 “현재까지의 감찰조사 결과와 제기되는 비위 의혹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재 진행 중인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범죄 피의자 일방 진술인데, 김봉현 일방 폭로 정치적 이용"

김 전 회장 주장은 신빙성 의문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우선 ‘수사 상황이 매일 내 앞에서 대검에 보고됐다’는 진술과 관련,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수사 상황은 모아서 주기적으로 보고를 하지 실시간 보고하는 일은 없다” “피의자 앞에서 어떤 검사가 수사 상황을 보고하겠느냐”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주장대로 실시간 보고가 이뤄졌다면 왜 ‘강기정 수석 5000만원 수수 의혹’은 보고가 안 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서울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다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는 김씨 진술에 대해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모두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었다.

김씨는 당시 편지 곳곳에서 ‘윤석열 사단’ ‘검찰 개혁’ 같은 말을 썼다. 김씨의 지인들도 “김 회장이 여권 로비 의혹을 말하다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게 뜬금없다”고 했다. 검찰 주변에선 “여당 논평에서 자주 나오던 단어들”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야당 “잘 짜여진 시나리오 냄새 진동”

야당은 “추미애 장관 등이 또 다시 윤 총장을 공격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의 일방적 폭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도읍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라임사건의 주범(김봉현씨)이 언론사에 옥중편지를 보내고, 남부지검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고, 추미애 법무장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감찰을 지시하고, 민주당이 야당을 공격한다”며 “'잘 짜여진 시나리오'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했다.

“옥중서신의 핵심요지는 ‘현재 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현재 수사팀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고, 사건을 총지휘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윤석열 총장의 장모를 기소해 ‘추미애 사단’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빙자해 자기사람 심기를 자행한 추미애 장관이 이제 와서 감찰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