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미국 입양된 딸 찾아...“얼른 만나 껴안고 싶어”

2020.10.18 13:54 입력 2020.10.18 14:09 수정 오경민 기자

경찰청,외교부,보건복지부 합동으로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에서 44년만에 딸을 찾은 가족이 15일 오전 화상상봉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44년간 서로 생사조차 몰랐던 가족이 화상으로 재회했다. 가족 상봉은 정부의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해 유전자를 채취·분석한 덕분에 가능했다.

어머니 이응순씨,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 오빠 윤상명씨는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44년간 잃어버렸던 가족인 쌍둥이 동생 윤상애씨(Denise Mccarty)를 화면을 통해 만났다. 가족들은 서로 “아이러브유” “사랑해”를 외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상희·상애씨 자매가 3살배기였을 때 가족은 상애씨를 잃어버렸다. 어머니 이응순씨는 “내가 몸이 작아 둘을 데리고 다니기 어려워서 친정 어머니에게 맡겼다”며 “어머니가 지방에서 살다 와 서울 지리를 잘 몰라서 아이를 잃어버리고도 영영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응순씨는 갖은 수를 다 썼다. 파출소에 신고하고, 실종 아동 광고를 내고, 사진을 들고 고아 관련 단체를 찾아갔다. 라디오·신문·지상파 방송까지 찾지 않은 매체도 없다.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까지 출연했지만 상애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움은 44년간 이어졌다. 응순씨는 상애씨를 잃어버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40년 넘게 한복 장사를 했다. 오빠 상명씨도 시장에 복권방을 열었다. 응순씨는 “널 잃어버린 곳을 40년 넘게 뱅뱅 돌면서 장사를 했다”며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인가 하고 쳐다봤다”고 화면 속 딸에게 말했다. 상애씨는 “어렸을 때 아파서 병원에 버려진 줄 알았다”고 했다. 쌍둥이 언니 상희씨는 동생에게 “우리 절대 너 버린 거 아냐. 널 항상 찾고 있었어. 매일매일 널 찾았어”라고 말했다.

응순씨 가족은 경찰청·외교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시행하는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채취한 상애씨의 유전자와 2017년 경찰서를 통해 채취한 응순씨의 유전자를 통해 두 사람이 친자관계일 수 있다는 감정을 냈다. 그러나 상애씨가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유전자 재채취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찾기’가 계기가 됐다. 해외에 있는 재외공관을 통해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애씨는 미국 보스턴 총영사관을 방문했고, 최근 상애씨가 응순씨의 친딸이라는 것이 최종 확인됐다.

상애씨는 “2주 전 결과를 받았을 때 사기인 줄 알았다. 진짜라는 걸 알게 된 뒤 기쁨에 압도됐다”며 “어렸을 때 아파서 병원에 버려진 줄 알았는데 쌍둥이 언니, 오빠, 엄마가 있는 줄 알고 놀랐고 기뻤다”고 심경을 전했다. 응순씨는 “만나니 너무 좋다. 내 소원 이제 다 풀었다”며 “얼른 ‘더’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출입국이 어려워 화면으로 먼저 만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상애씨는 “한국에 가 가족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꼭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응순씨는 “피자, 불고기, 비빔밥…좋아하는 것 다 해주고 싶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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