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번 주는 ‘운명의 한 주(週)’라 할 수 있다. 직무 정지된 윤 총장의 복귀 여부를 결정할 재판이 30일 열린다. 내달 1일엔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직무 집행 정지 명령이 적정했는지를 논의할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감찰위원 요구로 개최된다. 2일엔 윤 총장의 징계 및 수위를 확정할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예정됐는데 이는 추 장관이 소집한 것이다.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리는 윤 총장의 ‘직무 배제’ 집행 정지 신청 재판은 그의 운명을 가를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주면 윤 총장은 업무에 복귀하며 본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르면 30일 결과가 나온다. 행정법원의 결정 추세를 고려하면, 해임은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일단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다음 달 1일 이에 대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 회의 소집을 요구한 감찰위 위원장과 위원 총 8명은 “검찰총장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 처분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 사안이지만 이런 결론이 나온다면 추 장관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나 법원과 감찰위에서 어떤 결정이 난다 해도 추 장관은 2일 징계위를 열어 ‘윤석열 해임’을 의결하고 이를 재가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윤 총장은 이 해임 결정에 대해서도 집행 정지 신청과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편 윤 총장 감찰 과정에서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 수사를 직접 지휘했고, 대검 감찰부가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에게 보고도 안 하고 대검 사무실 압수수색을 한 것은 검찰청법 위반이란 지적도 많다.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으로 윤 총장 감찰에 참여한 이정화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에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올렸는데도 윤 총장 수사 의뢰 과정에서 내용이 삭제됐다”는 ‘양심선언’ 글을 올렸다.

심재철, 압수수색 도중 尹감찰팀에 수차례 전화… 秋가 지휘했나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집행 정지 전후로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윤 총장 감찰 및 수사가 불법·위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과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의 책임자를 직권남용, 검찰청법 위반 등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이 지시했다면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검 감찰팀, 압수수색 때 법무부 간부와 수차례 통화”

대검 감찰부는 윤 총장이 직무 정지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이른바 ‘판사 성향 문건’ 작성에 관여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시 늦은 밤까지 이뤄진 압수수색을 총괄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국장님, 아직 안 나왔습니다” “담당관님, 아직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허 과장의 통화 상대방은 법무부 심재철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복수의 인사가 전화 통화에서 흘러나온 박 담당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박 담당관은 직속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을 건너뛰고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재철 국장은 지난 2월 자신이 대검 반부패부장 재직 때 보고받은 ‘판사 성향 문건’을 9개월 뒤 문제 삼으며 ‘판사 사찰 의혹’ 프레임을 짠 당사자로 전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운명의 한 주’

이에 대해 대검 감찰부는 지난 28일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해당 통화를 인정하면서도 “법무부가 압수수색을 지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날(25일) 법무부에 사건 발생 보고를 했는데 인지사실, 대상자, 범죄사실 등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보는 연락이 오자 자세한 설명을 했을 뿐”이란 것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컴퓨터 포렌식(자료 복구)을 지휘하던 허정수 과장이 ‘아직 안 나왔다’고 한 것은 다른 사찰 문건이 안 나왔다는 뜻인데 이게 압수수색 지휘가 아니면 뭐냐”라며 “검찰청법 위반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청법 등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총장의 지휘를 받는 조직이고,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한해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尹 직무 정지 앞두고 ‘법무부 수사자료’ 이첩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 ‘감찰’을 ‘수사’(압수수색)로 전환한 것도 법무부가 제공한 ‘수사참고자료’가 출발점이었다. 감찰부는 ‘법무부와의 사전 교감 의혹’을 부인하면서 ‘수사참고자료’를 이첩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는 또 다른 의혹으로 이어졌다. 감찰부는 “법무부 수사참고자료를 검토한 결과 신속히 범죄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법무부의 불법 수사 지시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는 수사참고자료가 ‘언제, 어느 경로’로 대검 감찰부에 이첩됐는지에 대한 본지 취재엔 답하지 않았다. 일선 검사들은 “윤 총장 직무 정지 이유를 만들기 위해 법무부에서 급히 ‘판사 사찰’ 관련 자료를 만들어 대검 감찰부로 넘긴 것”이라고 봤다.

◇압수수색 보고 못 받은 총장 직무대행

더구나 이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에는 상황 보고를 하면서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에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이첩했다는 수사참고자료의 경우, 윤 총장은 물론 조남관 대검 차장(총장 직무대행)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감찰부 관계자는 “지휘·감독자와 관련된 내용이라 보고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를 인정했다.

게다가 더 문제는 윤 총장 직무 정지 다음 날 이뤄진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 역시 조남관 차장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그의 결재 없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이 역시 대검 감찰부는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사전 보고를 하려 했으나 못 했다. 이후 이유를 대검 차장에게 설명드렸다”면서도 ‘조남관 패싱’ 이유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직무 정지부터 하고 이를 합리화하려는 수사가 벌어졌는데 각종 무리수와 불법으로 얼룩졌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