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의 사건과 관련해 타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손씨 아버지가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이날 한강에서 발견된 휴대전화가 실종 당시 손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의 것으로 추정되면서, 사건 경위를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떠오르고 있다.

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강에서 발견된 아이폰… 수사 단서 될까

반포한강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씨와 같이 있었던 친구 A씨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아이폰)가 한강에서 4일 발견됐다.

해당 소식을 접한 손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블로그에 ‘문제의 핸드폰을 찾았다고 한다. 그게 그거인지 확인은 해야겠지만, 박살을 내놨다더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손씨 아버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본과 1학년생인 손씨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친구 A씨와 함께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후 잠들었다가 실종됐다. A씨는 다음날 오전 4시30분쯤 잠에서 깨 홀로 귀가했고, 손씨가 집으로 먼저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A씨의 휴대전화 행방은 아직은 묘연한 상태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인 아이폰 대신 손씨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잘못 가지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가 바뀌었다면 손씨에게 A씨의 휴대전화가 있어야 했지만 지난달 30일 찾은 손씨의 시신 소지품에선 휴대전화가 없었다.

4일 한강에서 발견된 아이폰이 A씨의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아직 단정지을 순 없는 상황이다. 만약 A씨 휴대전화로 확인될 경우, 사건 경위를 파악할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발견된 휴대전화를 인계받아 A씨 것이 맞는지 조사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실종 사건 당시 함께 있던 A씨 휴대전화를 찾을 수만 있다면,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한 중요 단서로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증거 분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손씨 아버지가 블로그에 주소를 첨부한 청와대 국민청원글.

◇ 누가 봐도 이상한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22만명 동의

이날 손씨 아버지는 블로그에 ‘국민청원을 해주시면 좋겠다’라는 글과 함께 청원 게시판 주소를 함께 첨부했다. 손씨 아버지가 언급한 국민청원은 ‘한강 실종 대학생 고 *** 군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현재 이 청원글에는 22만명이 동의를 한 상태다.

청원글을 보면 “이 학생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사건인듯 합니다. 누가 들어도 이상한 ***군과 같이 있던 친구의 진술, 그리고 경찰 측에서는 제일 사건사고에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듯한 친구는 조사를 하지 않고, 목격자만 찾고 있다고 하네요”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밖에 “현재 그 친구와 부모님은 핸드폰 제출도 거부하며,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아파트 CCTV 공개거부, 차량 블랙박스도 공개 거부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 날 신고있던 운동화도 버렸다고 하는데요”라는 내용도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손씨 친구인 A씨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의 아들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병원 측은 즉시 입장을 내고, “현재 온라인 상에 강남세브란스병원 특정 의료진을 거론하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며 본원 소속 의료진 가족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 손 父, 어떤 의혹 제기했나

A씨는 손씨 실종 당일 오전 3시30분쯤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A씨가 자신의 부모에게 새벽 3시 30분쯤 전화를 했으면서 자신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며 “상식적으로 (친구가)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면 직접 부모에게 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당시 신었던 신발도 버렸다고 주장해 의혹을 거듭 증폭시켰다. 손씨 언론 인터뷰에서 “그 주변에 그렇게 더러워질 데가 없다. 진흙이 없다”며 “잔디밭, 모래, 풀, 물인데 뭐가 더러워진다는 것일까. 바지는 빨았을 테고 신발을 보여 달라고 친구 아빠에게 얘기했을 때 0.5초 만에 나온 답이 ‘버렸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아빠가 애 신발 버린 걸 그렇게 알고 있어서 물어 보자마자 대답을 하는 건 이상하다. 상식적으론 ‘잘 모르겠다’ ‘물어보겠다’ ‘어디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신발을 버린 걸 아빠가 알고 있고 즉답을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손씨 아버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A씨 측은 아직 언론 등에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