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34)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참관 발언을 비난하며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여정의 대남(對南) 비난 발언은 지난달 10일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행동”이라고 한 지 한달여 만이다. 하지만 김여정은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써 그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은 통상 ‘남한 대통령’을 가리킬 때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을 써왔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 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첫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도발’ 발언이 나온 지 약 4시간만에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특정해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여정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대방을 헐뜯고 걸고 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것(남북관계 완전 파괴)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장차 북남관계 발전을 놓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15일) 독자 개발한 SLBM이 지난 8월 13일 해군에 인도된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됐으며, 계획된 사거리를 비행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독자 개발한 SLBM이 지난 8월 13일 해군에 인도된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됐으며, 계획된 사거리를 비행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SLBM 잠수함 발사 시험을 참관한 뒤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은 남측의 SLBM 잠수함 발사시험을 앞둔 이날 낮 12시 34분과 39분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는 지난 3월 25일 단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174일 만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남동 공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과 오찬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유영민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SLBM 발사 시험 현장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추가 보고를 받았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로 규정했다.

앞서 북한은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3월 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하는 등 올해 들어 5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