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연휴 대만 향한 무력시위…이틀 연속 최대 규모 군용기 동원

2021.10.03 14:21 입력 2021.10.03 16:11 수정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중국 J-16 전투기.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국경절 연휴에 연일 군용기를 동원해 대만을 향한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만 문제를 애국심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하는 동시에 오는 10일 중화민국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2일 중국 군용기 3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3일 밝혔다. 중국 군용기는 이날 두 차례 걸쳐 대만 서남부 ADIZ에 진입했다. 낮 시간 J-16 전투기 14대와 SU-30 전투기 4대, Y-8 대잠기 2대 등 모두 20대가 대만 본섬과 서남부 프라타스군도(둥사군도) 사이를 비행했고, 야간에도 J-16 전투기 12대와 SU-30 전투기 6대, KJ-500 조기경보기 1대 등 19대가 비슷한 경로로 비행했다.

중국은 국경절 당일인 지난 1일에도 군용기를 대규모로 동원해 대만 ADIZ에서 무력 시위를 했다. 당시에도 두 차례에 걸쳐 J-16 전투기 28대와 SU-30 전투기 4대, H-6 폭격기 4대 등 모두 38대가 대만 ADIZ에 진입했다. 최근 이틀 동안 연이어 투입된 중국 군용기 숫자는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9월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한 후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는 지난 6월15일 28대의 군용기가 대만 ADIZ에 진입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지난 2일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 상황도.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은 이미 일상화된 상태다. 최근 들어서도 거의 매일 군용기가 대만 ADIZ 내에서 비행을 하고 있으며, 대만의 움직임에 따라 항의와 압박성 무력 시위 규모를 늘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대만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직후인 지난달 23일에도 중국 군용기 24대가 대만 ADIZ에 진입했었다. 다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경절 연휴 이틀 동안 투입된 군용기 숫자는 이례적이다. 대만은 중국 군용기의 ADIZ 진입에 초계기를 투입해 퇴거를 요구하고 방공미사일망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서 “중국이 지역 평화를 해치는 군사적 공격을 일삼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을 즈음한 중국의 대규모 무력 시위를 내부 결속용으로 분석했다. 장옌팅(張延廷) 전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중국이 대규모 국경절 경축 행사를 벌이는 대신 초점을 대만 공역으로 옮겼다”면서 “공산당이 국내 애국주의자들의 압력에 대응해 대만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대만 중앙통신사에 말했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쑹중핑(宋忠平)도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훈련은 국경절을 기념해 국민통합과 주권·영토보전 능력을 보여주는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만이 오는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 기념일에 국산 미사일을 포함한 자국 무기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훈련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도발적인 연설’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군의 이번 훈련은 미국 해군 항공모함들이 서태평양에 집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민일보는 지난달 27일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동아시아로 파견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조지 워싱턴호와 지난주 괌에 도착한 칼 빈슨호에 이어 이 지역에 파견되는 세 번째 항공모함이 될 것이다. 북한보다 오히려 미국이 전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이기적 기회주의자인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익만 취한 뒤 물러날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과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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