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실수요 대출자 패닉…"한도 줄고 2%대 금리 실종"

입력 2021-10-03 15:06:01 수정 2021-10-03 19:05:48

전세대출·잔금대출 '반토막'…"내집 마련 꿈 산산조각" 무주택자 분노, 국민청원 봇물
금융당국 압박 영향…전세대출 보증비율 인하 등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면서 전세대출, 잔금대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주택 실수요자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한 새마을금고에 부착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면서 전세대출, 잔금대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주택 실수요자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한 새마을금고에 부착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주택 '실수요 대출자'가 패닉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면서 약 한 달 사이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잔금대출) 한도가 반토막 났다.

은행권은 정부가 조만간 대표적 실수요 대출인 전세자금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는 등 추가 규제에 나설 경우 대출 시장이 더 얼어붙고 실수요자의 타격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981∼4.53% 수준이다.

이는 한 달 전인 8월 말(2.62∼4.190%)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 0.361%포인트, 0.3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달 사이 주요 시중은행에서 2%대 대출금리가 거의 사라졌다.

한 달 사이 은행권의 '주택' 대출 한도도 크게 줄었다. 주택 실수요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절반 이하로 깎이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임차보증금이 최초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지금까지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임차보증금(6억원)의 80%인 4억8천만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임차보증금 증액분인 2억원을 넘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같은 날부터 KB국민은행의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잔금대출 산정 기준이 '현재 시세'에서 '분양가격'으로 바뀌면서 대출 한도가 상당 폭 줄어들 전망이다.

쉽게 말해 분양가가 5억원인 아파트의 현 시세가 10억원으로 뛴 경우 이제 10억원이 아닌 기존 분양가 5억원을 기준으로 잔금 대출의 한도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분양가와 현 시세의 차이에 따라서는 잔금 대출 한도 역시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다.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달 초중순 발표 예정인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대책에 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 등 대표적 실수요 대출까지 더 조이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의 보증(보증률 80∼100%)을 바탕으로 전세자금을 빌려준다.

금융권은 당국이 보증률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전세자금대출 억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 보증률을 낮출 경우, 전세자금대출의 부실 위험이 그만큼 커지고 은행은 대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주택 실수요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탓에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한 마당에, 아무 대책 없이 대출 한도까지 반토막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 는 제목의 글 등 정부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혔다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