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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대북전단 살포 금지 추진에 비판적 견해


4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4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 움직임에 대체로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요구 등 일부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은 끔찍한 구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at is a terrible idea. … One thing that people of North Korea need the most is information. It is only information that we can empower them to understand the world of North Korea and the world outside North Korea.”

북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정보이며, 북한 사람들이 북한의 현실과 북한 밖의 외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정보 뿐이라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민들이 정권의 부패, 외부 세계에 대한 진실, 인권 침해 등 매우 필요한 정보를 정보가 필요한 북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대북 전단 살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국내법 제정을 검토하는 것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implicit message from South Korea to North Korea is that South Korea is prepared to pay a price for this. And the North Koreans, I think, have picked up on that. And they have told South Korea that the price that they will have to pay…”

특히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에 남북 대화 재개와 확대에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냈는데, 북한이 이를 알아채고 한국 정부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이번 담화를 통해 제시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치뤄야 할 대가 중 하나가 바로 대북 전단 살포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을 비판해왔던 사람들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price is for South Korea to terminate the activities of people who have been critical of the North Korean regim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당국이 이번 담화를 통해서 한국 정부의 대화 의지를 역이용 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3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과 실향민들이 북한정권을 규탄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과 실향민들이 북한정권을 규탄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한국 정부가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담화를 주의 깊게 평가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My view is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needs to evaluate carefully and proceed cautiously because I think that, on the one hand, we know the administration has a political stake in the preservation of the accomplishments that are being targeted in the statement. But on the other hand, it needs to be careful about generating the impression that it's susceptible to external pressure or messaging from North Korea.”

북한이 한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 축소 등 특정한 요구 사항을 담은 김여정 제1부부장 개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한국 정부는 담화가 겨냥하고 있는 성과들을 보존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대응 과정에서 북한의 외부 압박과 메시지에 취약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 정부의 이같은 대응 방식은 남북 관계의 개선이 핵∙미사일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북 접근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하지만 사실상 대북 전단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인권특사] “My sense is that there are some more fundamental, underlying issues. I would argue that the impact of leaflets being sent into North Korea is far less important, far, far less important than the impact of information that reaches North Korea by radio.”

과거 연구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의 영향력이 라디오를 통해 북한에 전달되는 다른 정보의 영향력에 비해 훨씬 덜 중요하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 당국이 이번 담화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요구 등 일부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임기가 절반을 지났고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이고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서 남북 관계의 큰 진전을 이루는 데 지금이 적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과장해 미국과 한국과의 거리를 넓히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의 담화가 김정은 위원장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새로운 노선과 일치한다고 평가하며, 북한이 담화 발표를 통해 미-한 양국과의 대화에서 벗어나려는 기반을 마련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유지하고 북한 당국을 달래기 위해 탈북자들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진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미-한 양국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 more conservative government in Washington could see that as capitulation and not being vigilant against North Korea, which would cause tens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고스 국장은 보다 보수적인 미국 정부가 한국의 그같은 조치를 북한에 대한 항복으로, 그리고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고스 국장은 이번 담화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남북 관계를 훼손하는 북한 당국의 모든 발언과 행동은 미-북 관계와 관련된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지원하는 전술적 움직임이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현재 북한 당국의 전략적 목표는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 때까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면서, 이번 담화 발표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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