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적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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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빅테크, 기술정치, 인터넷인프라, 데이터경제, 디지털권력의
모든 것을 폭로한다!
이 책은 유럽 최고의 정보 인권, 기술 정치 사회운동가 마르타 페이라노가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으로 디지털 기술문화의 역사와 현재, 실체와 허상을 날카롭게 짚어낸 탁월한 비판서다. 마르타 페이라노는 이 책에서 신종 기술에 대한 중독을 유발하고 소수가 대중의 행동을 설계하는 관심 경제, 첨단 기술이 낳은 생태 오염, 기업형 자본주의 알고리즘 편향, SNS를 통한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강대국의 데이터 감시와 반인권, 페이팔마피아와 정보기관의 유착, 데이터 매매의 실상, 실리콘밸리 우상들의 실체적 진실 등 신흥 디지털권력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경고한다. 그와 함께 P2P와 평등 문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스노든과 위키리크스 등의 내부 폭로, 여러 사회혁명과 과학기술의 결합 등 전자 저항운동의 다채로운 역사적 전통도 함께 살핀다. 이를 통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었던 도구가 어떻게 소수 지배계급과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위해 봉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형성할 수 있을지 모색한다.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 중독에서 조작, 감시에서 데이터 매매, 빅테크(GAFAM)에서 팔란티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기술정치에서 제기되는 모든 사안들을 깊이 있게 다룬 이 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주권과 시민권의 의미와 영역이 또 다시 새롭게 규정되는 지금의 시기,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들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르타 페이라노
마드리드 출신의 작가, 언론인, 활동가. 인터넷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에 대한 사회운동 집단 〈해커스베를린〉과 〈크립토파티베를린〉, 자유 디지털 문화에 관한 ‘카피파이트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학문 집단 〈엘라스티코〉의 공동 창립자이자 저작권 책임자이며, 언론 매체(ADN, eldiario.es)의 문화 부문 책임자였다. 감시, 인프라, 기술 주권, 컴퓨팅 프로파간다, 기후 변화 등에 대해 다루는 방송 및 토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책도 여러 권 집필하였다. 《디지털 활동가를 위한 작고 빨간 책》(2015)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서문을 썼고, 테드 강연 〈그들은 왜 평범한 나를 감시하는가〉(2018)는 공식 조회 수 400만 회를 넘었다. 현재 마드리드와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한다.
번역 최사라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박사. 대학에서 강의한다.
목차
- 1. 중독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어 / 왜 당신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가? / 스키너의 상자 / 21세기 스키너, B. J. 포그: 심리학+경제학+신경학+통계학+컴퓨터 과학=$$$ / 신경 해킹 또는 다크 디자인: 자극, 점수, 레버 그리고 무한 반복 / “우리는 HBO가 아니라 수면욕과 경쟁한다”
2. 인프라
명령제어Command&Control에서 전송제어프로토콜/인터넷프로토콜TCP/IP로 / 인터넷 문제 / IBM PC: “자기만의 컴퓨터를 만드세요” / 인터넷이 시장에 진입하다 / 팀 버너스-리: “이 웹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 수천 킬로미터의 광섬유가 세계를 다시 식민화하다
3. 감시
인터넷의 원죄 /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눈 / 스노든 이후 / 하늘의 감시자 / 클라우드라는 주권국가 / 팔란티어라는 사냥개 / 감시의 평범성 / 중국 2020, 디지털 독재의 서막
4. 알고리즘
5. 혁명
자유 소프트웨어: “자유가 우리를 해방하리라” / 위험한 비전가: 스티브 잡스와 팀 오라일리 / 잘라내기Rip. 섞기Mix. 굽기Burn.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일부 권리 보유 / 집단지성이라는 함정 / 블로고스피어의 약속: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뉴미디어 생태계 / 다윈적 진화: 냅스터에서 파이럿베이까지 / 반자본주의 운동에서 웹2.0으로
6. 비즈니스 모델
개인정보 매매
7. 조작
무한 선전 기계 / “표범은 당신의 얼굴을 먹을 것입니다” / 인펙션INFEKTION 작전 / 러시아의 선전 기계 / 모두가 모두와 싸우는 / 정치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 미얀마: 밈과 거짓말로 비인간화하기 / 우리 VS. 저들: 증오 캠페인 / 정치 너드 전성 시대: 트리플O와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 고객 맞춤형 쇼크 독트린 / 왓츠앱, 최초의 비밀 대량 통신 미디어 / 비밀 그룹들: 다음 단계의 전선
감사의 글
미주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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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권력과 테크놀로지가 교차하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주 특별하고 전문적인 저널리스트다.”
-
“신기술 찬양 일색의 영어권 기술 서적들에 포위된 채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에 대한 열광에 지친 이들에게, 마르타 페이라노가 그 자신의 고유한 저항 언어로 디지털 문화의 풍요로운 성좌를 그려내는 동시에 동시대 기술의 허상을 치밀하게 짚어낸 탁월한 기술 비판서를 선보였다. 이 시대 데이터 자본주의가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광폭의 기술문화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을 얻으려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 속으로
스키너가 살아 있다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또는 아마존에서 일할 것이다. 실험에 사용할 30억 이상의 인간 실험쥐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대학을 떠나지 않고도 이 회사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탠퍼드대학교 설득기술연구소 소장인 B. J. 포그가 하는 일이다. 이 연구소(지금은 행동설계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1998년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또 그것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_33쪽
업계는 아직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모르지만 분노, 두려움, 산만함, 외로움, 경쟁심, 부러움 같은 가장 커다란 이익을 창출하는 감정을 감지하고 확대하고 생성하는 것에는 특화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악의 평범성”이다. 우리 세대 최고의 두뇌들은 당신이 ‘좋아요’를 더 누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에게 죄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소파를 떠나지 않은 채 세상을 구하려 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_72쪽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 일컫는 많은 것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 의해 동시에 개발되었다. 천재가 자신의 상상이라는 섬에 갇혀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내놓는 일이 더 드물다. 브라이언 이노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를 만들었다: 시니어스. “시니어스는 전체 문화 현장의 직관과 지성을 나타낸다. 그것은 지니어스(천재)의 공동체적 형태다.” _83쪽
현재 인터넷 트래픽의 70%가 타이슨스를 통과한다. 타이슨스는 마치 은행의 금고처럼 불투명하고, 침투 불가능하며, 깨지지 않는 하나의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그것은 막대한 트래픽을 운송할 뿐 아니라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그것을 읽는다. 점점 더 커지는 컴퓨터들에서 트래픽에 관한 통계를 수집해야 한다. 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량의 트래픽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해당 트래픽의 패턴을 찾고 동작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국가,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아르파넷의 초기 목표였다: 타이슨스는 냉전 시기 정보국의 심장부와 같다. _123쪽
최신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상 어시스턴트와 같이 지속적으로 ‘청취 상태’인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구글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그들은 누군가가 마법의 단어를 말할 때 자신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활성화시키는 단어를 들으려면, 일단 먼저 듣고 있어야 한다.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아마존에코는 7개의 마이크를 사용하여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듣는다. 이는 물론 그들이 마법의 단어를 다른 것과 분리하는 데 특히 능숙하다는 뜻이 아니다. _145쪽
그들은 펜타곤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기술과 연방기관의 시너지는 두 가지 방향에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기밀 데이터를 직접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기밀 데이터들을 ‘처라’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는 비즈니스 알고리즘의 정밀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높이기 때문에 회사가 보유한 다른 고객들에게 제공할 서비스인 ‘예측 능력’을 향상시킨다. _171쪽
이론적으로 알고리즘은 죄에서 자유롭다. 이를 통해 기관과 기업 들은 심사숙고를 요구하지 않는 고되고 반복적인 작업뿐만 아니라 더러운 작업까지도 한다. 알고리즘을 면죄부로 사용하여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결정을 기계에 위임했다. 이 과정은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감사가 들어올지라도 코드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알고리즘을 통해 세탁한다는 뜻에서 “수학 세탁”이라고 부르고 있다. _190쪽
전쟁과 테러를 위해 설계된 모든 기술은 국경을 통제하기 위해 점점 더 권위주의로 향하는 정부가 사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친절로 위장된다. 난민, 이민자, 자연 재해 및 위기의 피해자들에게 식량을 배포하는 역할을 하는 유엔 세계식량프로그램은 팔란티어와 계약을 맺고 데이터 분석을 맡겼다. 그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들의 협력 덕분에, 9000만 명의 난민들이 미래 난민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훈련에 동원된 것이다. _208쪽
스톨만은 NSA가 하는 일을 알기 10년 전에 이를 분명히 밝혔다. “만약 사용자가 모든 권한에 대해 자유를 갖지 않는다면, 그들은 프로그램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프로그램이 사용자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즉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자가 사용자를 통제한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은 자신의 주인을 위해 사용자에 권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사적 소프트웨어는 불공정하다. 이 권력은 개발자들을 지속적으로 유혹한다. 오늘날 사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윤리 표준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_228쪽
2001년 10월 23일, 쿠퍼티노의 애플타운홀에서 잡스는 “포켓에 수천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장치를 발표했다. 배터리는 10시간 동안 지속된다. 아이팟이었다. 잡스는 특유의 시건방진 스타일로 이를 “퀀텀 리프(양자 도약)”라고 묘사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애플이 솔리드스테이트메모리를갖춘 MP3 플레이어를 발명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최초로 출시한 건 Rio PMP300을 내놓은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와 MPMan F10을 내놓은 한국의 새한정보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회사도 스티브 잡스를 갖지 못했다. 진정한 혁신가들이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장치의 기술적 혁신을 설명하며 물건을 팔고 있을 때, 잡스는 양자 도약과, 심지어는, 혁명까지도 거론했다. _243쪽
요약하면, 통찰과 아이디어와 컨셉이다: 네트워크에서는 집단지성을 잘 포착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성공한다. 오라일리의 천재성 중 가장 눈에 띄는 측면은 문제적 비즈니스 모델을 천진난만하게 제안하는 능력이다. 그의 모델 속에서 주요 기업들은 무고한 시민 수백만 명을 별 탈 없이 감시하고 그들의 무급 노동을 이용하여 백만장자가 된다. _269쪽
“정보가 필요하다면, 말만 해.” 저커버그는 말했다. 친구가 그에게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얻었는지 물었더니 저커버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이유를 모르겠어. 그냥 다 나를 믿더라니까. 바보들.” _304쪽
가장 극단적인 콘텐츠는 그 외의 것들보다 더 많은 상호작용을 생성한다. 왜냐하면 팔로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비판자들은 수정하고 모욕하고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또 양측에 동일하게 배포된다. 알고리즘 입장에서 이들은 모두 샴페인의 거품이다. 알고리즘은 좋은지 나쁜지 평가하지 않고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들은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과거의 갈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게시물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 _315쪽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의 뉴스들의 피드는 처음과 끝에 연관성이 없는 콘텐츠, 예측할 수 없는 정보의 폭포, 원폭과 공존하는 동물의 서커스, 새끼 고양이와 정치인, 인종차별적 밈이 있는 요리법, 기억과 현실, 판타지, 거짓말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폭포는 무한하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 점점 가속화되는 추세인 ‘맥락에서 빠져나가며 단편화되기’는 내용의 경박함 때문에 문제인 게 아니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_338쪽
그 사이 활동은 더 사적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플랫폼 내의 사적 그룹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들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 이 점이 그들의 섹스어필을 장려한다. 둘 다 사적 메시지가 사용자에서 사용자로 이동하면서 진화한 것이고, 마케팅 회사를 도와 선택받은 슈퍼 그룹들의 콘텐츠를 바이럴화한다. 콘텐츠는 비밀주의와 결합되어 바이럴성이 극대화된다. 그리고 곧 비밀 그룹과 직접 연결된다. _425쪽
그들은 불가역적인 미래(우리는 점점 더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더 적은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훨씬 더 좁근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될 것이다)에 대비해 수십억의 사람들을 감시하고 조작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질 하나의 인프라는 중앙집중적이고 집요하며 베일에 싸여 있어 우리가 닥쳐올 위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위기의 시기, 우리를 관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_426쪽
출판사 서평
실리콘밸리에는 설계자들이 있다
IT 산업에는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직군이 있다. 업계에서 여러 의미로 ‘디자이너’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품과 인간의 소통과 결합을 ‘설계’하는 것을 주된 일로 삼는 이들을 가리킨다. 2000년대 초 자본주의 “최고의 두뇌들”은 “대중들이 배너를 클릭하도록” 설계하고자 전력투구했다. 우리에게는 B. J. 포그가 “습관의 디테일”을 알려주는 자기계발 멘토처럼 소개되기도 했지만, 사실 그는 실리콘밸리 야심가(마크 저커버그를 시작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페이팔마피아(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가장 유명하다)와 함께 “인간의 행동을 자동으로 설계”하기 위한 기계를 만들고 개발하고자 20년 이상 연구해온 21세기형 스키너다. 수많은 SNS, 사물인터넷 상품들과 함께 대중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꿈은 하나둘 현실이 되었다. 2021년, 디지털 자본주의 “최고의 두뇌들”은 겨우 배너 하나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궁극의 포인터 손가락(아이폰)과 안면 인식(아마존레코그니션),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맵스와 스트리트뷰(구글), 삶을 매일 편집해주는 수많은 SNS들과 삶에 밀착한 스트리밍 서비스(유튜브, 스포티파이), 이제는 메타버스(페이스북의 오큘러스)까지 더해 세계를 ‘디자인’하고 있다. 그들이 ‘평범한 나’를 매일 관찰하고 저장하는(각종 클라우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가치 있는 정보는 수익의 원천이자 ‘설계의 대상’인 평범한 대중들의 빅데이터와 메타데이터다.
인터넷 기술정치의 역사, 화두, 사건을 총정리하다
마드리드와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유럽 최고의 정보 인권, 기술 정치 사회운동가 마르타 페이라노는 이 책에서 전설적인 정보이론가 클로드 섀넌의 “적은 시스템을 알고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비틀어 패러디하면서 일곱 개의 주제를 통해 인터넷 기술정치의 역사, 화두, 사건을 정리하였다. 각 장에서 제기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중독에서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 산업, 즉 “관심 경제 자본주의”의 핵심이 무엇인지 ‘스키너의 상자’에 비유하여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신경해킹(다크디자인)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현대인의 소셜미디어 중독 현상은 자극, 점수, 레버 당기기의 반복과도 같은데, 이는 비디오게임과 슬롯머신의 원리를 활용해 대중의 행동을 설계한 것이다. 즉 ‘인게이지먼트’를 불러일으키는 ‘트리거’를 사소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속에서 대중은 “잠잘 시간”도 없이 자동 재생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영상을 보고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를 무한 스크롤한다.
2장 인프라에서는 인터넷과 개인용컴퓨터 상용화의 역사를 개괄한다. 인터넷 기술문화에 관한 논의에서 인프라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 무엇도 토대 없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토대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알면, 수많은 미사여구 속에서 본질을 찾을 수 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군사적 요구(DARPA의 아르파넷 프로젝트)에 의해 인터넷 연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국은 너무나 바빴기 때문에”(핵폭탄도 개량하고 달에도 가야 했고 등) 개발 과정에서 많은 여백들이 있었고, 그 공간에 수많은 도전적인 과학자들이 창조적으로 뛰어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학혁명’을 위한 패러다임의 충돌과 수많은 토론이 있었고 그 속에서 지금의 인터넷 연결의 기본 구조인 TCP/IP가 나왔다. 여기에 IBM(과 MS)을 필두로 반도체 기술 발전을 이용한 개인용컴퓨터 보급이 더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팀 버너스-리가 사회적 공유를 염두에 둔 월드와이드웹을 창안하면서 인터넷 시대의 기본 꼴이 갖춰지게 되었다. 그러나 자유, 개방, 민주, 분산, 공유를 지향하던 흐름들은 고비마다 강대국과 자본주의의 파장 속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이윤을 위한 혁신만 남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0%는 미국 버지니아의 타이슨스에 ‘독점’된다.
3장 감시에서는 정부-대기업의 인프라 독점에서 필연적으로 촉발되는 기업의 정보 독점, 국가의 통제와 감시에 관한 문제들을 다룬다. 먼저 수많은 기술들의 중첩에 의해 만들어진 GPS, 스마트폰, 사물인터넷을 통한 대중 감시 및 데이터 축적을 짚는다. 스노든의 폭로에서 잘 드러났듯 CIA, NSA 등의 투자를 통해 성장한 미국 IT 기업들은 이들과 공공연하고 철저한 유착 관계를 지니고 있다. 구글의 맵스, 스트리트뷰 등 위치 정보 서비스는 군사기관과의 협업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IT 기업에 있어 정부 기관의 ‘특별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이윤이 되며 이를 통해 정보 처리 능력(인공지능, 딥러닝)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는 그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러한 부분에서 가장 특화된 회사가 요즘 미국 주식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피터 틸의 ‘팔란티어’다). 이러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들은 ‘클라우드’에서 처리된다. 세계 인터넷 호스팅의 1/3, 특히 주요 기관과 기업을 독점하는 아마존웹서비스(제프 베이조스는 쇼핑사이트로 부자가 된 게 아니다)는 이를 기반으로 레코그니션(안면 인식 프로그램)까지 발전시켰다. 이는 미국과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디지털 독재로 직결될 수도 있는 최근 중국의 ‘사회신용점수’, 빅데이터 수집, 디지털 화폐 관련 행보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4장 알고리즘에서는 연결주의 인공지능의 원리와 자본주의적 활용에 대해 짚었다. 인간의 뇌를 그대로 모방할 것을 지향하는 지금의 인공지능 개발에서 가장 ‘쇼킹’했던 사건은 알파고의 이세돌 및 커제에 대한 ‘도장 깨기’였다. 계산 가능한 것 이상을 스스로 추론하도록 하는 능력을 개발하고자 했던 설계자들의 의도에 크게 접근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자체가 ‘수학 세탁’을 즐기고 인공지능에게 편견이 가득한 세상을 학습시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컴파스는 미국 재판에서 인종차별을 반복하고 알파고 개발사를 인수한 회사(구글)의 뛰어난 프로그램은 흑인을 자동으로 모욕한다.
5장 혁명에서는 소프트웨어 제작 및 이를 이용하는 그룹 형성의 관점에서 (2장에 이어) 또 하나의 “이념 투쟁”을 다룬다. 이는 자유와 완전한 공공성을 지향하던 해커 그룹(이자 기술적 선구자들)의 도전을 자본주의적 “비전가”들이 지속적으로 흡수해오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그럼에도 지속적인 도전이 발생한다). 전자의 맥락에서 냅스터와 P2P, 리처드 스톨만의 자유 소프트웨어를 바라보고, 후자의 맥락에서 전자의 “개량화” 버전으로서의 “오픈 소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현재의 인터넷 지적재산권 기본 규칙)를 파악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스티브 잡스(광고를 통한 이미지와 스트리밍 시장 개척)와 팀 오라일리(최초로 상업용 ‘매뉴얼’ 책을 만든 사람)를 혁신가가 아닌 자본주의의 화신(비전가)으로 평가한다. 이미 존재했던 기술을 상업적으로 잘 포장해내서 수백만 명의 무급 노동을 통해 백만장자가 됐다는 점이 두 비전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의 사용자들 속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투쟁이 포착된다. 블로고스피어, 위키 등이 처음 보여준 모습은 반 WTO-반 세계화 투쟁, “점령하라” 투쟁, 역사 해석의 민주화(다양화) 등의 측면에서 탈권력, 탈권위의 측면을 보여줬지만, 여기에서 엄청난 돈벌이의 기회를 포착하고 ‘참여’를 통한 ‘새로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사회주의’와 ‘웹 2.0’의 완성을 추구한 것이 지배계급의 행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적절히 활용한 예가 바로 오바마 대선 당선 과정에서 성장한 〈허핑턴포스트〉다. 그 와중에도 저항운동의 흐름은 쉽게 중단되지 않았다. 다윈적 진화 과정을 거쳐 파이럿베이, 위키리크스, 어나니머스 그리고 해시태그 운동이 등장했다. 여전히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6장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데이터 매매, 수집, 데이터 브로커 산업의 실체를 밝힌다. 저커버그가 “바보들이 나를 왜 믿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SNS 산업의 관리자들은 공공의식이 부재하다. 기술적으로 모든 것은 ‘쿠키’에서 시작됐고, 이제 이 흔적은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서(구글 애드센스를 안 쓰는 사이트는 없다) 브라우저에서 지우고 하드디스크를 포맷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서비스의 출발점). SNS 광고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광고에 참여하는 행동 그 자체와 그들의 데이터 쿠키가(제삼자에게 제공 가능한) 진정한 상품이다. 사용자 약관에 우리는 이미 서명했고, 우리의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그런데도 우리는 페이스북 퀴즈와 설문조사, 얼굴 변형 앱을 중독적으로 사용한다).
7장 조작에서는 미국 대선, 미얀마 사태, 브라질 대선 등을 예로 들어 어떻게 SNS 환경이 정치 조작에 활용되는가를 다룬다. 러시아 기관(IRA)은 ‘라흐타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그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자세히 지적한다). 그런데 이미 기관이 활동할 환경을 스스로 서구에서 조성하고 있었고(러시아는 증폭만 시키면 됐다), 국내외에서 여러 가짜뉴스로 이미 여론을 조작해왔던 것이 ‘민주주의 국가’들이었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모두와 싸우고” “증오 캠페인”을 벌이게 된다. 기본 개념은 없었던 것(특히 감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있는 걸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벌어지는 이른바 정치적 부족화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여러 개념과 실례들을 짚는다(확증편향, 허위합의효과, 암흑광고, 필터버블, 봇, 쇼크독트린, 이를 종합하여 SNS 광고 및 그룹 만드는 방법). 가짜뉴스의 온상으로서의 SNS가 지적되는 가운데, 이러한 경향들이 세계적으로 보여주는 공통적인 양상 및 특징을 분석한다(헤드라인만 보기, 출처 불명 이미지 공유하기, 도표로 만들기, 맥락 거세, 일단 논쟁 만들기, 신조어로 조롱하기 등). 데이터 포인트를 겨냥한 정치 단체의 여론 개입 및 조작은 최근 빅데이터 테크놀로지 업체들을 섭외하여 협업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는데, 이들의 실례와 함께 사업의 포문을 연 오바마의 ‘트리플O'와 트럼프의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스티브 배넌은 단순한 막장 막말꾼이 아니다)에 대해 짚는다. 최근 포털 주도로 여러 규제들과 팩트체크 가이드라인이 생겨나고 있지만, 항상 암흑의 기술은 더욱 빠르다. 이미 다음 전선은 ‘비밀 대량 통신 미디어’ 왓츠앱과 DM룸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인게이지먼트를 증폭시키는 것을 최고 사명으로 하는 SNS 자체의 특징으로 인해(예를 들어 뉴스피드는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를 것으로 예상되는 친구의 소식을 보여주는 것일 뿐 콘텐츠 내용의 진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게다가 가짜뉴스가 인게이지먼트를 더 많이 창출해왔다. 중요한 건 정치색이 아니라 수익이다) 가짜뉴스와 정치적 부족화 경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권과 시민권이 재구성되는 디지털 시대,
그들의 시스템 독점과 인류 해킹을 쳐다만 보고 있을 텐가?
최근의 사건들로만 보아도 한국에서도 역시 기술정치적 관점에서 함께 바라보아야 할 수많은 디지털 자본주의 관련 논쟁거리들이 쏟아지고 있다(코로나와 관련하여 제기된 정보 인권 문제, 데이터3법 통과와 관련된 데이터 주권 및 매매 문제, 디지털뉴딜과 데이터댐, 챗봇 이루다 사건에서 드러난 개발자 윤리 등 여러 사항들, 포털 및 SNS의 가짜뉴스 유통 및 정치적 부족화 가속 경향, 인플루언서 및 프로보커터 논쟁, 플랫폼 노동과 알고리즘 문제,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대한 과세 및 망 중립성 논쟁, 파이브아이즈 플러스 가입 등의 국제정치 문제까지). 이 책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인터넷과 미디어에 있어서 그들과 매우 동조화되어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확장되면서 이미 확정되었다고 믿었던 주권과 시민권의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시스템을 설계하고 장악한 이들의 사회적 실험과 ‘해킹’ 속에서 그 개념이 구획되고 사회가 재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권력의 도구는 권력을 해체하는 데 결코 복무하지 않는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설계한 ‘참여’가 아니라, 진짜 주권을 행사하는 주체적인 존재의 입장에서 ‘행동’할 때에만 우리의 권력은 시작된다. 이제는 우리가 시스템을 알고 설계할 차례다. 시민사회에 주어진 새로운 화두에 도전해야 할 때다. 마르타 페이라노의 지적처럼, 제대로 알면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9407644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7월 19일 | ||
쪽수 | 440쪽 | ||
크기 |
141 * 225
* 26
mm
/ 598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El Enemigo Conoce El Sistema / The Enemy Knows the System/Peirano, Marta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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